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불안이 드러납니다. 시험 전날 잠을 설친다거나, 친구 관계에서 작은 오해가 생겼을 때 지나치게 위축되는 모습, 발표를 앞두고 “나 못하면 어떡해”라고 말하는 순간이 그렇습니다. 저 역시 아이가 작은 실수 하나로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던 모습을 보며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아이의 불안을 실제로 줄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아동 정서 발달 관련 연구를 찾아보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불안을 없애는 말보다, 불안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돕는 말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1. 초등 자녀의 불안감은 드문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22년 보고에 따르면 3~17세 아동 중 약 9.4%가 불안 장애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10명 중 1명 수준입니다.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일시적인 불안 증상을 경험하는 아이들은 훨씬 더 많습니다.
또한 Blair & Raver(2011)의 연구에서는 정서조절 능력이 높은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교실 과제 지속 시간이 평균 20% 이상 길게 나타났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불안과 정서조절 능력이 학습 지속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즉, 초등 자녀의 불안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학습 태도와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불안을 무조건 없애려 하기보다,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2. 부모의 말이 불안을 키우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가 불안해할 때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했습니다.
-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 “다른 애들도 다 하는 거야.”
- “엄마가 도와줄게.”
위로의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이의 감정을 축소하거나 비교하는 표현이었습니다.
아래는 부모의 반응 유형에 따른 차이를 정리한 비교입니다.
| 축소형 | “별거 아니야” | 감정 표현 감소 |
| 비교형 | “다른 애들은 잘해” | 자신감 저하 |
| 해결형 | “엄마가 해줄게” | 의존성 증가 |
| 공감형 | “걱정됐구나” | 회복 속도 증가 |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하는 반응이 스트레스 반응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해주는 태도는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줍니다.
3. 제가 바꾼 한 가지 — 감정을 먼저 인정하기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보기 시작했습니다.
- “많이 떨렸구나.”
- “틀릴까 봐 걱정됐지.”
- “그래도 준비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아.”
처음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약 3주가 지나자 아이는 시험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금 긴장되긴 하는데,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불안에 압도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때 확신했습니다.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목표라는 사실을요.
4.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
① 감정 먼저 인정하기
“긴장됐구나.”
감정을 이름 붙이는 과정은 정서조절의 출발점입니다.
② 결과보다 노력 언급하기
“준비한 시간은 분명 의미 있어.”
결과 중심 대화는 불안을 키우고, 과정 중심 대화는 안정감을 줍니다.
③ 비교하지 않기
형제나 친구와의 비교는 아이의 자기 효능감을 낮출 수 있습니다.
④ 3초 기다리기
아이의 불안 표현 후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잠시 기다려보세요. 아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⑤ 부모의 감정 모델링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모습도 큰 영향을 줍니다.
“엄마도 오늘 발표 전에 조금 긴장했어.”
이 말은 아이에게 “불안은 이상한 감정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저의 생각 — 불안을 없애는 부모가 아니라, 함께 견디는 부모
아이의 불안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시험, 관계, 변화는 언제나 불안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불안 속에서 아이가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이제 “괜찮아”라는 말 대신
“많이 걱정됐지?”라고 말합니다.
이 작은 변화가 아이의 표정과 태도를 바꾸는 것을 보면서, 부모의 말 습관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정리
- 3~17세 아동의 약 9.4%가 불안 문제를 경험합니다.
- 정서조절 능력은 학습 지속 시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 부모의 공감형 반응이 회복 속도를 높입니다.
- 불안을 없애기보다, 다루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안을 문제로만 보지 말고, 성장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아이는 더 단단해집니다.
핵심 요약
- 아동 불안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
- 부모의 말 습관이 정서 회복에 영향을 준다.
- 공감형 반응이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 비교와 축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지금 바로 실행할 행동 3가지
- 아이의 불안을 먼저 말로 인정하기
- 결과 대신 노력과 과정을 언급하기
- 비교 표현을 의식적으로 줄이기
📚 참고 자료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22). Children’s Mental Health Data.
- Blair, C., & Raver, C. (2011). Self-Regulation and Academic Achievement. Child Development.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Emotional Development Gui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