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저는 별다른 고민 없이 학원 전단지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해야겠지.’ 그 막연한 불안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어느 저녁, 아이가 제 옷자락을 붙잡고 조용히 물었습니다. “엄마, 내가 공부 못해도 괜찮아?” 그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아이 얼굴을 떠올리며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솔직해졌습니다. 저는 아이를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시험에서 살아남는 사람’으로 키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AI는 수능 문제를 풀고, 보고서를 정리하고, 코딩까지 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여전히 아이를 점수로 판단하려 했습니다. 이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들은 조벽 교수 강연에서 한 문장이 오래 남았습니다.
“정답을 잘 맞히는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아이를 키워야 한다.”
그 말이 불편하면서도,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1. AI 시대의 교육은 정답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보는 교육
그동안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시험 몇 점이야?” 이제는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건 뭐였어?” 놀랍게도, 제가 질문을 바꾸자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시험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 이야기, 놀이 이야기, 궁금증 이야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성적은 잠시 내려갔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말수가 늘고, 눈빛이 살아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놓였습니다. 조벽 교수가 말한 ‘AI 시대의 교육, 미래 리터러시’도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이 깔아준 길을 걷는 아이가 아니라, 자기 길을 조금씩 찾아가는 아이.
저는 아직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 길이 아이에게 더 따뜻한 길일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2. 입시는 변하고 있다 — 그리고 나도 변해야 했다
예전의 저는 이렇게 믿었습니다. “일단 좋은 대학만 가면 길이 열린다.” 요즘은 그 믿음이 흔들립니다.
AI가 시험을 대신 풀 수 있는 시대에, 점수 경쟁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말이 더 이상 와닿지 않습니다.
조벽 교수는 입시가 4~5년 안에 크게 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과장처럼 들렸지만, 요즘 기업 이야기를 들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요즘 채용에서 진짜로 묻는 질문이 이런 거라고 합니다.
- “이 사람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가?”
- “팀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가?”
- “문제가 생겼을 때 도망가지 않는가?”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아이에게 뭘 강조해 왔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대학을 갈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가 더 중요해.”
직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아이의 꿈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이라면,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배우가 될 수도 있고, 작가가 될 수도 있고, 기획자가 될 수도 있고,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흔들립니다. 하지만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3. 놀이가 아이의 ‘감’을 살린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계산이 아니라 ‘감’이라고 합니다. 이 감은 책상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놀면서, 부딪히면서, 실수하면서 생깁니다. 아이들은 원래 질문의 천재입니다.
“왜 하늘은 파래?”
“개미는 왜 줄로 다녀?”
이 질문들이 사실은 창의성의 씨앗입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해도 서둘러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처음엔 아이가 당황했지만, 이제는 자기 생각을 말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합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까지는
- 위험한 건 막되
- 상상은 마음껏 하게 두는 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반대로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어릴 때는 너무 자유롭다가, 중학생이 되면 갑자기 입시 압박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 어릴 때는 기준을 분명히 세우고
- 커갈수록 자율성을 늘려주기.
완벽하진 않지만, 아이는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맺음말 — 내가 바꾼 질문
이제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 “우리 아이는 어느 대학 갈까?”
✅ “우리 아이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을까?”
이 질문을 바꾸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흔들립니다.
그래도 아이 얼굴을 보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AI 시대는 우리 아이들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부모의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완벽한 엄마가 아닙니다. 그래도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아이를 경쟁자로 키우고 있는가, 아니면 자기 삶의 주인으로 키우고 있는가?”
이 질문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참고자료 및 출처] 공개 강연 및 관련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자 개인의 경험과 해석을 중심으로 재구성함.
-영상제목: 16년을 공부해도 백수가 되는 한국의 진짜 문제ㅣ지식인초대석 EP.60 (조벽 교수 1부)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VpOrYvq7ruk